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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되기 위한 공부

구축 아파트 명칭 변경 투표를 하다

by 주부케이 2022. 8. 23.

구축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아파트 명칭이 핫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1~9단지의 대단지가 몰려있는 구축 단지입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명이 다 예전 건설사 이름이고 그 중에서는 현재 없어진 회사도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 아파트 상승기를 맞이하면서 아파트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몇달 전, 인근 한 단지에서 신속하게 아파트 명칭을 바꿨습니다. 원래는 주공아파트였기 때문에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엄청 어색해 했습니다. 낯간지러운 것을 본 것 마냥 뭔가 입에 잘 안붙기도 했습니다. 나쁜 의도가 전혀 아닙니다. 그냥 너무 어색한 것입니다. 주변에 혹시 성인이 돼서 개명한 친구가 있으시다면 그 느낌 딱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였습니다. 각종 온라인 지도에 발빠르게 아파트 이름이 수정됐습니다.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그 아파트를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됐습니다.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괜히 좀 더 세련된 느낌도 난다고나 할까요? 사람의 의식세계란 무섭습니다(?)

 

이를 보고 저희 아파트에서도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서울의 '은마 아파트'나 아니면 그냥 '압구정 현대아파트' 이런식으로 불리는 곳도 지존의 느낌이 나고 그 자체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파트명칭이 불필요해 보였습니다. 굳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딱 봐도 구축이기도 했고요. 센트럴, 포레, 에듀 이런 말 붙는 아파트들은 딱 그런 아파트들이 지어질 당시부터 현재의 신축아파트 외관이 완성되기도 했으니 딱 봐도 차이가 나죠. 그러다 아파트 명칭변경의 움직임에 대한 다른 관점이 생겼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적극성입니다.

 

아파트 명칭 변경에 대해 나온건 아마 단지 톡방이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스토리가 있는지까지는 제가 잘 모르니 추측을 하는 것입니다. 톡방에서 의견이 나오고, 아파트 대표님이 이걸 정확히 인지하시고 안건으로 상정까지 했습니다. 그 전에 물론 동대표들과도 의견을 나눈 상태였고요. 그렇게 나름 몇달 의논이 되다가 갑자기 급물살을 탄 것 같습니다. 명칭 공모가 시작됐고 아파트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이름 공모 게시물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찬성 반대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소유주들에게 모두 통보가 된 상태입니다. 

 

아파트
아파트

이 과정을 겪어보니 아파트 명칭이 어떻게 되든 그것보다 중요한 포인트를 찾았습니다. 아파트에서 나온 의견이 어떤 구심점으로 취합이 되는지, 취합된 의견이 대표회의에 반영이 잘 되는지, 구성원들이 뭔가 변화를 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지 그런 문화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아파트 이름 변경은 굳이 안해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가치를 위해서 다들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게 맞고 틀리고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눴고 그게 취합이 됐고 대표자가 진취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결정이 됐다는 사실입니다. 아파트 구성원들이 부동산 상황에도 나름 민감하게 대처를 한 것이고요.

 

어찌보면 안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아 보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아파트 이름공모 게시판에 약간 상처되는 메모도 많았습니다. 다들 뭔가 해보려고 의견을 모아보자는 게시글에 굳이 "자존심도 없냐 그냥 살자"이런 글을 쓰는 사람도 꽤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 기분이 좀 안좋았습니다. 그 말은 즉 '지금 이렇게 의견 모으고 아파트 가치를 올려보겠다고 해보는 사람들은 자존심도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런 사람도 있긴 한가봅니다. 어쨌든 여러 의견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걸 거쳐서 아파트 명칭이 과연 변경이 될지 궁금합니다.

 

주민들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아파트 가치에 신경을 쓰는 분들이라면 그 단지는 그래도 왠지 조금 더 좋아보이게 됐습니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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